
며칠 전까지만 해도 주변에서 모이면 금값 얘기가 단골 화제였습니다. "금값 또 올랐다면서?" 하며 통장 보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최근 급락 소식에 뉴스에서도 금 이야기가 쏙 들어갔더라고요. 저도 금 통장을 보면서 한동안 빨간불을 즐겼는데, 이번 조정장에서 마음 고생을 좀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금은 안전자산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투자해보면 생각보다 변동폭이 꽤 큽니다. 그래서 이번 하락이 정말 금 투자의 끝인지, 아니면 오히려 기회인지 제 경험과 함께 정리해봤습니다.
실물 금값과 선물 가격, 생각보다 다르더라고요
이번 금값 하락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실물 시장과 선물 시장의 괴리였습니다. 뉴욕이나 런던 선물 시장에서는 온스당 60달러대까지 떨어졌다는 뉴스가 나왔는데, 정작 종로나 실물 금 거래소에 가보면 그 가격에는 살 수 없더라고요.
상하이 금 거래소에서는 실물 기반 거래가 이뤄지다 보니 온스당 120달러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선물 시장은 반토막 났는데 실물은 두 배 가격이 붙는 희한한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제가 직접 확인해본 결과, 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선물 시세로는 엄청 떨어졌다고 하는데 실제로 은을 사려고 하면 품절이거나 프리미엄이 붙어서 나오더라고요.
전문가들은 이런 괴리가 2008년, 2020년에도 있었고, 이렇게 실물과 선물 가격차가 벌어지면 결국 가격이 다시 회복된다고 말합니다. 물론 회복 시점은 통화정책이나 국제정세에 따라 달라지겠지만요. 솔직히 이 부분은 저도 처음 알았는데, 금 투자할 때 선물 시세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증거금 인상이 폭락의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금값 급락의 직접적인 원인 중 하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증거금 인상이었습니다. 케빈 워시가 연준 의장으로 지명된 바로 다음 날 장 마감 직후, CME가 금과 은 선물에 대한 증거금을 대폭 올렸거든요. 증거금 인상은 레버리지 투자자들에게 "현금을 더 넣거나 포지션을 정리하라"는 압박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는 현금 여력이 부족한 투자자들이 강제 청산에 나서면서 가격이 폭락했고, 기초자산 가격이 떨어지니 원래 괜찮았던 투자자들까지 연쇄적으로 증거금 부족 상태에 빠진 겁니다. 도미노처럼 레버리지가 청산되는 모습이 나타났고, 상하이와 인도 금 거래소까지 동시에 증거금을 올리면서 불길이 더 커졌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예상 밖이었습니다. 보통 가격이 급등할 때 과열을 식히려고 증거금을 올리는 경우는 봤어도, 가격이 떨어지는데 증거금을 올리는 건 흔치 않거든요. 시장에서는 거래소 측이 투기 수요를 의도적으로 꺾으려 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어쨌든 레버리지로 금이나 은에 투자하던 분들은 큰 타격을 입었을 겁니다.
금은 진짜 안전자산일까요?
많은 분들이 금을 안전자산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투자해보니 이건 좀 다릅니다. 금이 안전자산으로 불리는 이유는 화폐 가치가 빠르게 떨어지고 신뢰가 흔들릴 때 금으로 자금이 몰리기 때문입니다. 역사적으로 인플레이션 위기 상황에서는 금값이 열 배에서 수십 배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경험한 대부분의 경제 위기는 디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형태였습니다. 이럴 때는 오히려 금값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금은 고점 대비 25%, 은은 50%까지 떨어졌습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초기에도 금값이 흔들렸고요. 그러니까 금이 무조건 안전하다기보다는, 어떤 종류의 위기냐에 따라 반응이 다르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저도 금 통장을 보면서 느낀 건데, 금은 변동성이 생각보다 큽니다. 안전자산의 끝판왕이라는 미국 국채도 변동폭이 작지 않은 걸 보면, 안전자산이라는 표현 자체가 절대적 안정을 의미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장기적으로 보면 화폐 가치 하락에 대한 방어 수단으로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봅니다.
지금이 살 때인지, 더 기다려야 하는지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이 바로 이겁니다. 금값이 이렇게 떨어졌으니 지금 사도 되는 걸까요? 과거 사례를 보면 금은 보통 고점 대비 25%, 은은 50% 정도 조정을 받았습니다. 지금 은은 거의 고점 대비 절반 수준까지 내려왔으니 충분히 많이 빠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닥이 여기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무도 모릅니다. 1970년대처럼 인플레이션이 높은 상황에서는 통화정책이 제한적이다 보니 금이 고점 대비 40%까지 떨어진 적도 있거든요. 그래서 전문가들은 무조건 1970년대 수준까지 떨어질 거라고 기다리는 것도, 지금 전 재산을 몰빵하는 것도 모두 리스크라고 조언합니다.
제 생각에는 분할 매수가 답인 것 같습니다. 금 통장에 조금씩 넣거나, 금을 이미 많이 보유하고 있다면 은으로 일부 갈아타는 것도 방법입니다. 실물은 여전히 구하기 어렵고 프리미엄이 붙어 있으니, 당분간은 ETF로 접근하는 것도 괜찮아 보입니다. 다만 빚내서 투자하는 건 절대 안 됩니다. 여유 자금으로만 해야 한다는 투자의 기본 원칙은 금 투자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금값이 떨어지더라도 저는 앞으로도 꾸준히 분할 매수할 계획입니다. 단기 등락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화폐 가치 하락에 대비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마음 편하더라고요. 지금 금 통장은 여전히 빨간불이지만, 10년 사이클의 중반부 조정이라고 생각하면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의 통화정책 방향이 어떻게 나오는지는 계속 지켜봐야겠습니다.